드라마

넷플릭스 미국 드라마 <힐 하우스의 유령 시즌1> (2018) 리뷰// 중간부터 스포 有

거뉘시호 2020. 12. 13. 18:34

 

 

시청 완료: 2020년 12월 9일

 

장르: 미스터리, 호러, 가족

연령 제한: 19금

분량: 60분 x 10회

 

한줄평: 유령이 유령인지도 모를 때 생긴 어릴적에 생긴 트라우마, 26년 만의 무섭고도 아름다운 트라우마 극복 

점수(5점 만점): 4.1점

다음 시즌 시청 의향: 있음(다음 시즌은 없고, <블라이 저택의 유령>이라는 같은 감독이 만든 작품이 있음)

 

※점수 기준(취향 존중!)

-시그널, 기묘한 이야기 4.5점

-블랙미러, 킹덤 4.0점

-동백꽃 필 무렵, 위쳐 3.5점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인간수업 3.0점

-힘쎈 여자 도봉순, 엘리트들 2.5점

(2.5점 이하로는 보다가 끈 작품입니다: 좋아하면 울리는, 센스8) 

 

-주인장 추천작: 홈랜드(미국 첩보 드라마), 오자크(미국 마약 드라마), 라스트 킹덤(영국 역사 드라마)


 스포일러 포함 리뷰


유령은 막연하게 무서운 존재다. 죽은 사람이 기괴한 모습으로 앞에 나타난다면 무섭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그 유령이 어느 날 이유도 모른 채 갑자기 돌아가신 어머니라면, 평소 잘 챙겨주지 못했던 자살한 여동생이라면 어떨까? 여러 감정이 들것이다. 반갑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역시 무섭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궁금한 감정이 들 것이다. '도대체 왜 지금 내 앞에 나타난 거지?', '원하는 게 뭘까?' 그 답을 찾기 위해서는, 그들이 죽은 곳이자 모든 것이 시작된 곳으로 가야만 할 것이다.

 

이 드라마는 흔히 말하는 '귀신의 집'에서 짧은 시간을 보냈던 한 가족의 이야기다. 중년부부와 5남매로 이루어진 가족은 대형 저택을 수리해서 비싸게 팔겠다는 부부의 일념 하에 집에 입주한다. 하지만 그 곳은 알 수 없는 이유로 귀신이 가득한 저택이었고, 처음에 귀신의 존재를 믿지 않던 가족들은 수많은 이상 현상을 목격하며 점점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아 간다. 그 중에서도 귀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어머니는 결국 정신이 망가져 버리고, 아이들과 함께 귀신의 세계로 떠나려다가(=동반 자살) 다행히 가장 멀쩡했던 아버지에 의해 가로막힌다. 그리고 집에 홀로 남겨진 어머니는 귀신에 의해 자살당하고, 사건 이후 대저택은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흉가가 되어버린다.

 

26년 후, 유령의 집에서 벗어난 가족들은 나름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평범하다'라고 말하기에는 이질감이 느껴지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유령의 집에서의 기억을 바탕으로 낸 책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귀신 이야기를 찾아다니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장남,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시신을 잘 꾸며준(미국에는 이런 문화가 있는 듯) 모습을 보고 무언가를 느껴 장의사가 된 장녀, 손을 통해 사물과 사람의 기억을 읽지만 모두에게 비밀로 하고 장갑을 끼고 다니는 상담사 차녀, 그리고 집을 떠난 뒤에도 지속적으로 귀신을 보고 정신이 피폐해져가는 쌍둥이 남매까지, 다들 '죽음' 또는 '유령'과 관련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

 

26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5남매는 일련의 사건으로 인하여 완전히 분열되어 버린다. 그리고 가족의 돌봄을 받지 못한 쌍둥이 남매의 삶은 유령에게 잡아먹히며 점점 불안정해져만 간다. 결국 쌍둥이 중 딸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게 해준 남편을 귀신에게 잃었다고 생각하여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집에 가야만 한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흉가에 다시 갔다가 유령에 의해 자살당하고 만다. 그리고 지금껏 자신을 괴롭혀온 유령의 정체는 자신이었다는 것을 깨달으며 죽는다. 이 깨달음의 장면은 이 드라마에서 가장 무섭고도 소름돋으면서 사람을 멍하게 만드는 장면이다. 그리고 그녀의 죽음으로 인해 열린 장례식은 남은 4남매와, 그날의 진실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인 아버지를 다시 한 곳에 모이게 한다.

 

장례식장에 모인 가족들은 서로의 책임을 따지고, 갑자기 장례식장에 이상현상이 발생하며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게 된다. 그러면서 저택의 비밀이 한 꺼풀씩 벗겨지는데, 이 때의 연출이 일품이다. 화면이 끊기지 않고 쭉 따라가며 원테이크로 이어지는데, 엄청난 몰입감을 유발한다. 그리고 결국 가족들은 깨닫게 된다. 다시 그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그렇게 드라마의 마지막 화에서 가족들은 다시 그 저택에 모인다. 그리고 모든 비밀이 밝혀진다. 저택의 빨간 문의 방이 모든 일의 원흉이었다. 그 방은 집에 사는 사람들에게 어떤 환상을 심어주며 원인을 알 수 없는 트라우마를 부여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남매의 어머니는 아이들과 함께 영원히 살아야 한다는 충동에 사로잡혀 동반자살을 계획했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 방에 들어갔던 어린 남매들은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죽음과 유령에 익숙해져 갔다. 그래서 남매들은 26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무언가에 덮힌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저택의 집착은 긴 시간이 지난 후에도 끝나지 않았고, 결국 남매 중 한 명을 죽임으로써 가족 모두를 다시 저택에 불러들이는데 성공한다.

 

빨간 방에 먹힌 남매들은 꿈 속에서 자신의 트라우마를 확인한다. 이 때의 분위기가 압도적이다. 정상적인 대화를 하는 듯하다가 갑자기 반전되며 어느새 유령이 바로 코 앞에 찾아온 듯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먼저 죽었던 쌍둥이 딸의 유령이 모두를 구출해내고, 남매들은 드디어 대화다운 대화를 하며 서로를 다시 사람 대 사람으로 마주하게 된다. 트라우마 역시 극복해낸다. 드라마의 진정한 주제가 밝혀지는 순간이다. 단순히 무서움과 미스터리함을 말하고 싶었던게 아니라, 과거의 트라우마와 그것을 이겨내는 가족애를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후에는 안타깝지만 필연적인 아버지의 희생을 통해 남매들은 처음으로 평범한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유령의 삶이 그리 나쁘지 않다는 것 역시 보여주긴 하지만, 크게 중요한 내용은 아니다)

 

이 드라마의 특징은 긴장감과 공포심을 매우 잘 유발한다는 것이다. 평소 무서운 것을 잘 보는 편이지만, 이 드라마는 해가 뜬 낮에만 봤다. 억지로 만든 무서움이 아닌, 그럴 듯하면서도 뭔가 근원적인 무서움을 잘 이끌어낸다. 스토리 진행방식 역시 탁월하다. 7명의 가족은 절대 적지 않은 숫자인데도 불구하고, 어느 한 명 소홀하지 않게 탄탄한 스토리가 있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그들의 마음에 존재하는 구멍을 시청자가 스스로 알아챌 수 있게 해놨다. 주제의식 역시 남다르다. 망가지고 와해된 가족만 보여주고, 전혀 회생이 불가능한 관계라고 생각했던 순간, 새로운 진실이 밝혀진다. 그리고 그 진실은 그들의 관계가 회복될 수 있는 정당성을 부여하기에 충분하다.

 

좀 많이 무섭긴 하지만, 탄탄하면서도 몰입하기 좋은 드라마를 찾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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