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넷플릭스 미국 영화 <제럴드의 게임> (2017) 리뷰// 중간부터 스포 有

거뉘시호 2020. 10. 11. 15:15

시청 완료: 2020년 4월 2일

 

장르: 심리, 스릴러, 호러

연령 제한: 19금

분량: 103분

 

한줄평: 상상력과 트라우마로 이끌어나가는 침실 속박 스릴러

점수(5점 만점): 3.1점

 

※점수 기준(취향 존중!)

-시그널, 기묘한 이야기 4.5점

-블랙미러, 킹덤 4.0점

-동백꽃 필 무렵, 위쳐 3.5점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인간수업 3.0점

-힘쎈 여자 도봉순, 엘리트들 2.5점

(2.5점 이하로는 보다가 끈 작품입니다: 좋아하면 울리는, 센스8) 

 

 


 스포일러 포함 리뷰


영화 제목은 제럴드의 게임인데, 영화 내용은 제럴드의 게임과 아무 관련이 없다. 제럴드는 영화 시작 10분 만에 죽어버리고, 침대에 손을 묶고 하는 야릇한 게임도 제럴드의 죽음과 함께 끝난다. 그리고 남은 것은 외딴 별장의 침대에 양 손이 단단히 묶여 있는 제시 뿐이다. 자극적인 포스터, 19금 표시, 상상력을 자극하는 영화 제목까지 완벽한 3요소를 보고 한껏 기대하고 온 시청자의 마음은 영화 시작 10분만에 산산조각 나버리고, 영화의 장르는 순식간에 스릴러로 바뀐다.

 

스릴러는 주로 심리를 기반으로 진행된다.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맞이한 생존의 위기. 누군가 그녀를 죽이겠다고 협박하고 있지도 않고, 큰 병에 걸려 죽어가는 것도 아니다. 침대에 양 손이 묶인 채로 목마르고 배고파 서서히 무기력하게 죽어갈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녀를 위협하는 유일한 적은 당연히 그녀의 머릿속의 수많은 생각들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공포는 더 증폭되고, 무기력감은 커져만 간다. 그녀의 혼란스러운 머릿속은 환청과 환각으로 표현되며, 상당히 괜찮은 연출이다.

 

여기에 더해 그녀의 심리를 압박하는 하나의 요소가 더 있다. 그녀의 무의식 속에 잠재된 트라우마다. 어릴적 아버지의 성폭행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암시되고, 그녀의 아버지는 묘하게 그녀의 남편과 겹쳐보인다. 중년이 된 지금까지도 그 트라우마는 영향을 미치고 있었으며, 극한 상황에서 트라우마는 공포를 잡아먹고 덩치가 불어나 그녀를 더욱 압박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트라우마의 덩치가 커졌다는 것은, 그녀가 트라우마와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무의식에 존재하는 트라우마는 이겨낼 수 없지만, 내 목숨을 위협하는 트라우마는 생존 본능이 발동된다면 이겨낼 수 있는 상대가 된다. 결국 그녀는 엄청난 생존력을 발휘하여 스스로 한 손을 잘라내고 탈출에 성공한다. 어쩌면 처음부터 알고 있던 방법이지만, 차마 실행할 수 없었던 방법이었을 것이다. 우연히 삶과 죽음의 서게 된 상처입은 여성은 오직 본인의 힘으로만 모든 걸 이겨내고 인간적인 성장을 거치며 더 강한 존재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스릴을 위한 스릴러가 아닌, 조금 더 심오한 의미의 스릴러를 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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