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넷플릭스 한국 애니메이션 <졸업반> (2015) 리뷰// 중간부터 스포 有

거뉘시호 2020. 8. 2. 01:44

시청 완료: 2020년 7월 29일

 

장르: 대학, 짝사랑, 주인공 시점 위주의 진행

연령 제한: 19금

분량: 81분

 

한줄평: "내가 좋아하는 여자가 알고 보니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는 사람이었다면?"라는 질문에 대한 한 청년의 대답. 당신은 그를 이해할 수 있나요?

 

점수(5점 만점): 2.9점

 

※점수 기준(취향 존중!)

-시그널, 기묘한 이야기 4.5점

-블랙 미러, 킹덤 4.0점

-동백꽃 필 무렵, 위쳐 3.5점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인간 수업 3.0점

-힘센 여자 도봉순, 엘리트들 2.5점

(2.5점 이하로는 보다가 끈 작품입니다: 좋아하면 울리는, 센스 8) 

 

 


 스포일러 포함 리뷰


"내가 좋아하는 여자가 알고보니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는 사람이었다면?" 나에게 이런 질문이 던져진다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할 것이다. 즉시 마음을 접을 거라고. 하지만 이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을 보면 단순한 질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남의 일이기 때문에 쉽게 대답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이 애니메이션은 사건만 놓고 보면 매우 단순하다. 한낱 가십거리로 소비되기 충분한 내용이다. 미대 졸업반의 똑똑하고 부유한 학생이 알고보니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고 있었고, 동급생에 의하여 학교에 사실이 폭로된 후 반강제로 잠수를 타게 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단순한 사건을 그녀를 좋아하던 순수한 주인공의 시선을 통해 바라봄으로써 더 이상 단순한 사건이 아니게 된다.

 

주인공은 미대생으로, 말 한 번 못해본 학과의 유망한 여 동기를 짝사랑하고, 그녀와 자신의 관계를 은유하는 만화를 그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주인공은 우연히 그녀의 비밀을 알게 되고, 그녀는 비밀로 해달라 부탁한다. 주인공은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고 그녀의 부탁을 들어준다. 선망하던 그녀와 조금 가까워졌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하지만 그녀의 비밀은 결국 다른 이들에게 알려져 버린다. 주인공과 달리 그들은 그녀의 비밀을 이용하여 욕망을 충족하고, 주인공은 그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주인공의 반응이 이 애니메이션의 백미다. 그의 반응은 너무나 일관적이지 않아서 너무나 현실적이다. 그는 그녀를 지켜주고 싶지만 그녀의 행동에 분노가 치밀기도 한다. 그녀를 이용해 욕망을 충족한 남자들이 증오스럽지만 그의 욕망은 그 남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그녀를 받아들이겠다는 만화를 그리지만, 그녀와의 마지막 대화에서는 솔직한 고백 한 번 하지 못한다. 

 

이 애니메이션은 세상의 참혹함 속에서 본인의 순정으로 인해 무너지는 한 청년의 이야기다. 그의 순정은 세상에 대한 눈가리개로 작용한다. 누가 봐도 이상한 말과 행동을 하는 그녀를 전혀 의심하지 못하고, 이후 발생하는 사건들에도 올바른 판단과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한다. 결국 현실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채, 그의 속만 점점 곪아가게 된다. 

 

과거 작품에는 꽤 있지만, 요즘에는 찾아보기 힘든 짝사랑과 순정의 부정적인 모습을 20대 젊은이의 삶으로 잘 풀어냈다. 이 작품이 선사하는 찝찝함과 답답함은 상당히 긴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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